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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돈 빌려줄 때? 차용증 하나로 마음 편해지는 법

가까운 지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차용증 작성은 필수입니다. 법적 효력을 갖춘 차용증 양식, 공증 방법, 이자율 설정까지 꼼꼼하게 알아보세요.

"우리 사이에 뭘"…가장 위험한 약속의 시작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정말 미안한데,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데 혹시 빌려줄 수 있을까?" 가족이나 정말 아끼는 지인의 이런 부탁을 받으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당장이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돈'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죠. 괜히 돈 때문에 소중한 관계가 틀어질까 봐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결국 지갑을 열게 됩니다. 이때 "고마워, 최대한 빨리 갚을게!"라는 말 한마디만 믿고 아무런 문서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많은 오해와 갈등이 시작됩니다.


지인 차용증



말 한마디의 배신: 왜 돈 문제는 관계를 망가뜨릴까?

처음에는 분명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빌리고, 선의로 빌려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입니다. "언제까지 갚기로 했지?", "이자가 있었나?" 등 사소한 부분에서 기억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섭섭한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빌려준 사람은 계속 신경이 쓰이고, 빌린 사람은 독촉처럼 느껴져 부담스러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는 어느 한쪽이 악의를 가져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명확한 '약속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말로만 한 약속은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결국 돈을 갚으라는 말을 꺼내기 어색해지고, 연락은 뜸해지며, 소중했던 관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고 맙니다. 최악의 경우, 상대방이 "빌린 게 아니라 네가 그냥 준 거잖아"라고 잡아떼면 돈을 돌려받을 법적 근거조차 찾기 어려워집니다.


'차용증', 관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입니다. 차용증은 단순히 돈을 돌려받기 위한 압박 수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막고, 서로의 약속을 명확하게 기록하여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신뢰의 문서'입니다.

차용증 작성을 제안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약속을 더 분명히 해서 나중에 혹시라도 생길 오해를 막고 싶어. 이 돈도, 너와의 관계도 나에겐 소중하니까." 와 같이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면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입니다.

이것만은 꼭! 차용증 필수 기재 사항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는 차용증을 작성하기 위해 아래 항목들은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1. 채권자(빌려준 사람)와 채무자(빌린 사람)의 인적사항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를 정확하게 기재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빌렸는지 명확히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2. 대여 원금
    빌려주는 금액을 정확히 적습니다. 이때 위조나 변조를 막기 위해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또는 한자)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 금 10,000,000원 (일천만원))
  3. 이자 약정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이자율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이자를 정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무이자로 간주됩니다. 참고로, 법정 최고 이자율은 연 20%이며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무효입니다.
  4. 변제기일 및 상환 방법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갚을지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2026년 12월 31일까지 채권자 명의의 OO은행 (계좌번호)로 이체하여 상환한다' 와 같이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지연손해금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정해둘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상환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심리적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6. 작성 날짜 및 서명/날인
    차용증을 작성한 날짜를 기재하고, 양측이 직접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막도장보다는 각자의 인감도장을 사용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면 더욱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한 단계 더! 법적 효력을 강화하는 '공증'

차용증만으로도 법적 소송 시 강력한 증거가 되지만, 소송 절차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다면 '공증'이라는 더 확실한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공증사무소에 가서 변호사의 인증을 받는 것을 공증이라고 합니다. 특히, 차용증에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집행인낙문구)를 넣어 공증을 받으면,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때 별도의 재판 없이 바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압류 등)을 신청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권원을 얻게 됩니다. 이는 판결문과 거의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돈 빌려주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들

  • 현금 거래는 절대 금물: 반드시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빌려주세요. '홍길동'과 같이 빌리는 사람의 이름이 명확히 찍힌 이체 내역은 차용증과 더불어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 소멸시효를 기억하세요: 개인 간의 돈거래 채권은 법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10년이 지나면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최악의 경우 돌려받지 못해도 내 생활에 큰 타격이 없는 금액만 빌려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지인 간 돈거래,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체크리스트)

  • ✅ 상대방의 변제 능력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 ✅ 차용증에 필수 기재사항(인적사항, 원금, 이자, 변제일 등)을 모두 담았는가?
  • ✅ 금액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숫자와 한글을 병기했는가?
  • ✅ 돈은 반드시 계좌이체로 보내고 기록을 남겼는가?
  • ✅ 양측의 서명 또는 인감 날인을 받았는가?
  • ✅ 금액이 크다면, 법적 효력 강화를 위해 '공증'을 고려했는가?

결론: 건강한 관계를 위한 현명한 거리두기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단순한 금전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담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욱 명확하고 신중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차용증을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것은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돈과 관계 모두를 지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이 과정이, 당신의 소중한 인연을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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