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재산, '상속'받을까 '증여'받을까?
우리 부모님이 평생 고생하며 모으신 소중한 재산. 언젠가 우리가 물려받게 될 텐데요. 그런데 막상 '어떻게' 물려받는 게 가장 좋을지 생각해보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주변에서 "미리 받아두는 게 낫다"는 말도 들리고, "나중에 한 번에 받는 게 편하다"는 의견도 있죠. 바로 '증여'와 '상속' 사이의 고민입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단순히 재산을 받는 시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세금부터 법적 절차까지 모든 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잘못 선택하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수천만 원, 수억 원이나 더 낼 수도 있거든요. 오늘은 알쏭달쏭 헷갈리는 상속과 증여의 개념을 확실히 잡고, 우리 집에 딱 맞는 절세 전략은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상속과 증여, 결정적 차이는 '이것'이었네요!
상속과 증여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재산을 주는 사람(피상속인 또는 증여자)의 생존 여부'입니다. 마치 미리 주는 '생일 선물'과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산'의 차이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타이밍: 살아계실 때 vs. 돌아가신 후
증여(贈與)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살아있을 때, 자신의 의지로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넘겨주는 '계약'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게 결혼 자금을 보태주시거나, 집을 한 채 사주시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주는 사람(증여자)과 받는 사람(수증자)의 '합의'가 있어야만 성립됩니다.
상속(相續)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가 남긴 모든 재산과 법적 권리, 의무가 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가족에게 넘어가는 '사건'입니다.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에 따라 자동으로 시작되죠.
재산의 범위: 플러스 재산만 vs. 빚까지 함께
증여는 주는 사람이 원하는 재산만 콕 집어서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주식, 예금 등 가치가 있는 '플러스(+) 재산'만 골라서 넘겨주는 것이죠. 하지만 상속은 다릅니다. 고인이 남긴 모든 재산을 포괄적으로 물려받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재산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이나 개인적인 빚 같은 '마이너스(-) 재산', 즉 채무까지 포함됩니다. 만약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같은 법적 절차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대상: 누구에게나 vs. 정해진 순서대로
증여는 재산을 주는 사람이 원한다면 자녀, 배우자는 물론이고 친구나 사회단체 등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사람(상속인)은 민법에 그 순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1순위는 자녀와 배우자, 2순위는 부모님과 배우자, 3순위는 형제자매 순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세금은 얼마나 다른가요? (핵심 절세 포인트)
가장 궁금해하실 세금 문제입니다. 증여를 받으면 '증여세'를, 상속을 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두 세금은 세율은 같지만, 공제 방식과 과세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어 최종 세액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여세: 10년 묶음 공제를 활용하세요
증여세는 재산을 받은 사람(수증자)이 납부합니다. 다행히 가족에게 증여할 때는 일정 금액까지 세금을 면제해주는데, 이를 '증여재산 공제'라고 합니다. 이 공제는 10년 단위로 합산해서 계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배우자에게: 6억 원
- 성인 자녀/손주에게 (만 19세 이상): 5,000만 원
- 미성년 자녀/손주에게: 2,000만 원
- 기타 친족(형제, 사위, 며느리 등)에게: 1,000만 원
예를 들어, 2025년에 성인 자녀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해 공제를 받았다면, 앞으로 10년이 지난 2035년이 되어야 새로운 5,000만 원 공제 한도가 생기는 것입니다. 10년이 되기 전에 추가로 증여하면 기존 증여액과 합산하여 세금이 계산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상속세: 통 큰 공제, 하지만 방심은 금물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이 남긴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납부할 책임이 있습니다. 상속세는 공제 혜택이 증여세보다 훨씬 큽니다. 보통 '10억까지는 상속세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기초공제 + 기타 인적공제: 최소 5억 원을 일괄적으로 공제해주는 '일괄공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배우자 상속공제: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최소 10억 원(일괄공제 5억 + 배우자공제 5억)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속 vs. 증여, 우리 집에 맞는 황금비율은?
그렇다면 무조건 상속이 유리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재산의 종류와 미래 가치에 따라 증여가 훨씬 더 좋은 절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가 유리한 경우: 앞으로 가치가 오를 자산
만약 앞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 있다면, 미리 증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시세가 3억 원인 아파트가 10년 뒤 10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 어떨까요? 지금 증여하면 3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계산되지만, 나중에 상속받게 되면 10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계산됩니다. 주식이나 비상장주식, 개발 예정 지역의 토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속이 유리한 경우: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할 때
보유한 재산 총액이 상속세 공제 한도(일반적으로 10억 원)를 넘지 않는다면 굳이 복잡하게 미리 증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증여세 신고 등의 번거로움 없이, 나중에 상속을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잠깐! 사전증여재산 합산과세 규정을 아시나요?
돌아가시기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자녀 등)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합니다. 이미 낸 증여세는 빼주지만, 상속세율이 더 높은 구간에 해당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세금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여를 계획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실 때 시작하는 것이 '진정한' 절세의 첫걸음입니다.
우리 집 재산 이전, 셀프 체크리스트
아직도 우리 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 간단히 점검해보세요.
- 현재 우리 가족의 총재산 가치는 얼마인가? (부동산, 예금, 주식 등 모두 포함)
- 총재산이 10억 원을 넘는가?
- 앞으로 가치가 크게 오를 만한 자산(주식,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는가?
- 최근 10년 이내에 가족에게 증여한 사실이 있는가?
- 재산을 물려줄 자녀가 성인인가, 미성년자인가?
- 자녀의 결혼, 주택 구매 등 가까운 미래에 목돈이 필요한 이벤트가 있는가?
이 질문들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우리 가족에게 증여 계획이 필요한지, 아니면 상속만으로 충분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가장 좋은 절세는 '미리' 시작하는 계획입니다
상속과 증여는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평생을 바쳐 이룬 자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약속이자, 미래를 위한 현명한 계획입니다. 어떤 방법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 가정의 재산 상황과 가족 구성원, 미래 계획에 따라 최적의 해답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가족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플랜을 세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가장 좋은 절세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